2019. 3. 10. 12:56ㆍ카테고리 없음
우리 손자
혈육이라는 것이 참 이상한 힘이 있어요.
솔직히 나는 어린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별 이유는 없어요. 나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고….
그런데 손자가 나왔고 눈을 뜨며 기어다니는가 싶더니 한 살이 딱 지나니까 슬슬 사람이라고 할만큼 갖추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더니 할아버지인 나와 눈을 맞추고 웃는 거에요. 길지도 않아요. 아주 짧은 수초 동안이지만 와서 은근히 안기기도 하고 … 속이 아주 멀쩡해요. 나에 대하여 어느정도 파악을 한거지요. 와서 툭툭치고... 아~ 그러니까 이뻐지는 거에요. 소위 정이 붙는 것인지…
남자아이라 특히 그렇다는군요. 이 녀석이 드디어 걷기 시작하더니 주위 모든 사람들을 매우 바쁘게 만드는 거에요. 잠간 눈을 떼면 사고를 치는거지요. 아무튼 힘도 좋아지면서 계단도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최소 2명은 붙어서 보지 않으면 반드시 어디를 부딪쳐도 부딪치니까 늘 바셀린은 들고 다녀야해요.
아무튼 온 집 안이 좁다고 뛰어다니니 역시 제일 만만한 할머니 즉 우리 민정권사만 힘든일을 도맡게 되는데 이 녀석이 할머니에게만 안기면 머리를 파 묻고 잠이 드는거에요. 제일 편안한 모양이에요. 그러니 민정권사 역시 너무 이뻐서 힘든지도 모르며 (?) 아이를 늘 안고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손자를 안고 서서 조금씩 좌우로 흔들어 줍니다. 재우는 것이지요. “좀 앉아서 재워요” 안쓰러워 한마디 하면 우선 조용히 하라고 눈을 찡긋하고는 계속 서 있습니다. 앉았다하면 이 녀석이 바로 알고 깬다는 거에요. 어이가 없지요. 지금은 무게도 제법 나가니 힘들텐데..
나는 수술 이 후 조그만 물건 하나도 잘 들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차츰 차츰 회복하고는 있으나 시간이 걸리네요. 그러니 우리 손자를 전혀 서서는 안아 줄 수가 없습니다. 아마 함께 넘어질 거에요.
그런데 한 번은 래현이가 내 옆에 걸어와서는 옆구리를 툭 치는 거에요. 나도 모르게 반가워서 일단 앉은채 번쩍들어 무릅위에 앉혔습니다. 그리고는 거의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얼른 내 핸드폰을 들고는 YouTube 에서 “Baby Song” 을 쳐 봤더니 여러가지 알록달록한 만화 동영상이 나왔고 그 중 하나를 골라 켜 주었습니다. 래현이가 눈을 때지 않고 엄청 집중하며 보는 거에요. 거의 20분 정도를 지나도록 보는데 혹 눈이 나빠지지는 않을가 해서 일단 멈추었지요. 이러기를 몇 번...
그 이 후 래현이는 좀 바뀌었습니다. 집에 오면 우선 나에게로 달려와서 두 손을 벌리며 안아 달라고 떼를 쓰는 귀여운 짓을 하는 거에요. 너무 이뻐서 우선 안아 무릅에 앉히고 머리 위에 뽀뽀를 해 줍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바로 그 때부터 막 두리번 거리는 거에요. 내 무릎에 앉았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곧바로 내 핸드폰을 찾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서너번을 하다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래현이가 두 팔 벌리고 나에게 안기는 것은 바로 핸드폰에서 보는 그 만화 영화 때문이었기 때문이지요… 참 이상하지요? 나는 그 녀석의 main target 이 아니었다는게 마음이 좀 서운해 지는 겁니다.
이 때 생각이 스치는 거에요.
하나님의 마음을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나님 바로 그 하나님 자체를 사랑하여 찾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모든 것을 위해 하나님을 찾는 것인가?
손자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Lesson 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