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7. 06:50ㆍ카테고리 없음
여보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나의 마음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에요. 말로 하려니 조금은 쑥스럽고 또 다 표현도 될 것 같지 않고……
일년 8개월을 투석으로 신장이식으로 그리고 지금은 폐렴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크고 작은 수술만 20번……
여보 너무 고생했어요.
물론 병으로 고생하는 나도 힘들지만 그 동안 나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되어 일일이 운전해주고, 잘 걸을 수가 없으니 부축해주고,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힘이 없고 핸드폰 하나 들수있는 힘이없는 내가 원하는대로 불평없이 묵묵히 원하는대로 들어주며, 때가 되면 먹어서 될 음식과 안 될 음식을 구분하여 정말 적은 음식 중에 선택을 해 가며 반찬을 만들고 밥을 해 주고, 하루에도 몇 번을 빨래 해주고, 내가 버린 쓰레기 치워주고, 저녁에는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찿으려 공부하고 연구하고 그리고 자다가는 중간에 깨서 틈틈히 나의 코에 손을 대보며 숨을 쉬고있는지 돌아보고 그리고 나중에 나중에 자기의 신장을 이식해 주려고 마음 먹고는 좋은 신장을 주겠다고 일부러 좋아하는 음식마져 가려서 먹 던 당신….
두 아들 아파트에 가서는 직장에 나간 사이에 빨래 거두어 빨아 넣어 주고 냉장고 열어서 음식 채워 놓고 그리고 청소하고, 한국장에 가고 미국장에 가서 필요한 것들과 음식들을 사오고, 교회 섬기는 일에 열심을 내 온 당신.
그리고는 내 앞에서 항상 웃음을 보여주려고 애를 써 왔지.
나는 당신을 위해 이 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에게는 고맙다는 말이나 사랑한다는 말로는 지금 나의 가슴에 있는 것들을 다 표현 할 수 가 없습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34년간 결혼생활에서 나는 왜 지금에서야 이런 당신이 보일까?
마치 흙속에 감취었던 보화를 발견한 것 처럼….
하나님은 어쩌자고 나에게 이렇게 귀한 사람을 주셨을까?
일년이면 10개월을 해외에 나간적도 있었지.
현경, 남일 , 남균이를 정말 티 없이 잘 키워 준 당신. 나는 어쩌다가 집에오면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있고 고등학생이 되어있고 대학생이 되어있고….
아이들 담임선생님은 도데체 누군지 아이들의 친구 이름은 무엇인지 지금 어느학교 몇 학년 몇 반인지?.....나는 전혀 모르고….. 아이들이 아빠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그 가슴에 빈 공간 만 남겨 준 나.
여보
나는 지금에서야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당신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함께 밥을 먹으며 느끼고 있어요. 나는 왜 이런 행복을 지금에서야 느낄까? 지나 버린 34년의 세월을 어떻게 하면 좋지?
지난 일년 8개월 병 중에 현경이 남일이 남균이와 보낸 시간들, 나눈 대화들….. 지난 34년을 다 더해도 이번 시간 만큼은 안 될거야. 내 사랑하는 자식들 정말 소중한 하나님의 자녀들로 변해있으니….. 나는 이 번에 남균이의 성격을 조금 알게 되었어요. 남일이도 좀 더 알게 되었고 두 녀석이 정말 다르더군….. 가슴에 응어리가 많았을텐데도 다 받아드리고 도와주고 이해해 주려는 아이들. 그리고 자기들도 자신들의 신장을 주겠다고 줄을 서던 아이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주며 안부를 묻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면 내가 꼭 처음 듣는 것처럼 되 묻곤했지. 그럴때마다 당신은 실망을 했고 나는 거의 기억이 없고….. 나는 그 동안 당신의 말을 주의하여 듣지 않았나봐. 일 중독속에 살아 온 내가 온 머리 속에 늘 일로 꽉 채워져 있으니 그럴 수 밖에…. 그러나 여보 내가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이 뭐에요? 58세에 당신의 신장을 가져 간 지경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말이 들리면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많이 들었을텐데……..
슥 4 : 6 (후반)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신으로 되느니라
나는 내가 무엇을 해 보겠다고 그렇게 많은 시간들을 소비하면서 살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허무한 일에 나를 줘버리지 않을겁니다. 지나간 세월에 쏟아 부은 그 수많은 시간과 노력들 물질과 몸을 부시는 일 들, 잃어버린 깊은 잠 들…
여보, 하나님께서 성경에 써 있는 모든 축복을 당신 위에 부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남은때를 우리 서로 손을 꼭잡고 함께 걸어요.
나는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인 당신이 있으니까.
나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을 나에게 주셨으니
우리의 남은 때를 하나님의 손에 온전히 드리기를 원합니다.
나를 부활시켜 주셨으니
우리에게 복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